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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장발장, 이제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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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끝난 분식집에 몰래 들어가 라면 2개를 끓여 먹은 뒤 2만원이 든 동전통과 라면 10개를 훔쳐 나온 30대 남성 김모 씨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사례 출처 : 조선일보(2015. 02. 17)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건만, 얼마 전 고작 라면 몇 개와 2만원을 훔친 30대 남성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7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청해진해운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되었는데요. 70억 원을 횡령한 것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라면 몇 개와 2만원을 훔친 것이 죄질이 더 나빴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김모 씨가 중형을 선고받은 것은 상습절도죄가 적용되었기 때문인데요.

 

§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32조(상습범) 상습으로 제329조 내지 제331조의2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상습 강도·절도죄 등의 가중처벌) ①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 또는 그 미수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⑥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단기(短期)의 2배까지 가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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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법의 대표적인 사례를 나타낸 도표>​

특가법에서는 상습적으로 절도를 한 경우에 무기 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김 씨가 두 번 이상 이 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면 법정형은 최소 6년이 되고, 이는 살인죄보다도 최소 형량이 높습니다. 감경 요소를 최대한 인정해도 3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법은 지은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혹하기 때문에 ‘장발장법’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장발장법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의 이름을 본뜬 죄명. 그가 빵 한 조각을 훔치고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것처럼, 특가법 5조의 4항도 동종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생계형 절도범죄에 대해서도 징역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을 ‘장발장법’이라 부른다.*출처 : 조선일보

 

이에 법제연구원은 “형법과 특가법이 같은 범죄를 형량만 다르게 규정함에 따라 자의적인 기소로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검사가 형법이나 특가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리지기 때문에 형평성에 도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지난 1월 7일 유성 농수산물 시장에서 7만 1000원 상당의 과일을 훔친 A씨는 ‘가족들에게 과일을 실컷 먹이고 싶어서’ 과일을 훔쳤다고 고백했습니다. 작년 자신의 오토바이에 생활정보지를 가득 싣고 가다가 경찰에 붙잡힌 B씨의 절도 횟수는 34회. 그가 밝힌 범행 동기는 ‘어머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생계형 절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은 결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정상참작’의 길조차 막아놓아서는 안될 일입니다.

 

특가법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은 대부분 극빈층입니다. 그동안 이들은 특가법으로 인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하루빨리 ‘장발장’을 만들어내는 장발장법이 사라져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도 정상참작의 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