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입국자녀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영화 <완득이>, <마이 리틀 히어로>, <나의 결혼 원정기>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바로 다문화가정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대한민국에 뿌리를 내린 외국인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출입국관리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합법적인 외국인의 사회적응 프로그램으로, 법무부가 장기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입국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사회적응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부터는 중도입국자녀에 대한 지원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중도입국자녀와 다문화 자녀는 다릅니다.
중도입국자녀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시죠? 중도입국자녀는 다문화 자녀들과는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에서 한국인과 초혼인 혼인관계가 성립하고 자녀를 두게 된다면 그 자녀는 다문화 자녀로 분류되며 한국 국적을 갖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인과의 혼인관계가 재혼인 경우 기존의 자녀는 중도 입국 자녀로 분류되며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외국에서 출생한 뒤 성장과정 중에 국내에 입국·체류하게 된 12세~18세에 해당하는 미성년의 외국인으로서 주로 결혼 재혼가정 자녀와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를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부 또는 모의 국제 재혼으로 인하여 타국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갑작스럽게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오게 된 아이들이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녀들 만큼 한국사회 적응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입니다.
사실 그동안은 다문화 자녀를 위한 정책은 있어도, 중도입국자녀를 위한 정책이 없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무부는 올해 모집한 160개의 이민자 조기적응 프로그램 운영기관을 통해 중도입국자녀를 대상으로 한 지원을 늘려 나가기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아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중도입국 청소년을 만나다
저는 다문화센터에서 실제로 중도입국자녀를 위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있으며, 중도입국자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보았습니다.
이곳은 중도 입국청소년과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이민자 조기 적응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무지개청소년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한 레인보우스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레인보우 스쿨은 한국어 수업 뿐 아니라 공예수업, 영어수업,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시간 등 다양한 생활교육과 문화체험이 이루어지는 장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최초로 글로벌 가족센터를 만든 아산 다문화가족센터의 조삼혁 센터장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다문화 자녀와 중도입국자녀의 잠재력을 찾아 키워주고싶어하는 열정이 가득한 분이셨습니다.
조삼혁 (글로벌 가족센터 센터장)
A. 중도입국 자녀는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선택에 의해서 한국으로 들어온 친구들이죠. 이곳이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울겁니다. 학교나 기관에서 이 아이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사회적 불만을 가지게 되고 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간접자본이 막대하게 필요하리라 생각 합니다.
Q. 현재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는데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A. 우선 ‘중도입국자녀’라는 개념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만큼 중도입국자녀를 돌볼 장소나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전국에 다문화예비학교가 존재하지만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 소도시 아이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또한 중도입국자녀는 나이가 천차만별인 반면 아산에 다문화지정학교는 초등학교 한 곳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위학교로의 진학이 어려운 것이죠. 이런 때에 법무부가 이민자 조기적응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고무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위탁형/예비형 기관은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중도입국자녀나 다문화가정은 모두 불쌍한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조금 불편한 것입니다. 그들을 불쌍하다고 계속 도와주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우리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실 수 있으신가요? 다문화여성과 중도입국자녀를 볼 때 다름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온전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성장한다면 외교관, 통역과, 무역중계인과 같이 글로벌한 인재로 커갈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들이 성숙한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다솜학교와 같은 기술학교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기회가 주어지고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이 센터에서는 31 명의 중도입국자녀들이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하기 위한 예비 적응 과정들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한국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레인보우 스쿨은 어떤 효과를 가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에게도 교육과정에 대한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 나타냐 (11세, 우즈베키스탄)
“센터에 나오는 것이 즐겁습니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한국어도 많이 들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말을 잘 못알아들어서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국이 좋아요. 사람도 좋고, 환경도 좋아서 국적도 바꿨어요. 앞으로 검정고시 합격해서 대학도 다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 박민정(21세, 중국)
“한국생활에 힘들어할 때, 어머니가 글로벌 가족센터 홍보책자를 보고 저를 센터로 데려갔어요. 저와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는 게 좋아요. 여기서 한국어를 배운 것처럼 저도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번역도 하고 싶고요.”
- 샤오칭 (19세, 중국)
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다문화 학생은 6만 8000여명으로, 전체 초·중·고 학생의 1%를 넘어섰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중도입국자녀를 포함한 다문화 미취학 아동은 121 만 명으로 향후 한국의 교육과정에 진입하는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입국자녀를 포함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한국 적응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문화다양성을 수용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 역시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시행하게 된 법무부의 정책으로 우리는 다문화 사회로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조기 적응 프로그램을 통하여 중도입국자녀들이 보다 쉽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써 살아가게 되길 바랍니다.
글 = 제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안세현(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