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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뿌려진 돈 주워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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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돈이 비처럼 내려와?

하늘에서 비가 아닌 돈이 쏟아지는 게 결코 흔한 광경은 아니죠. 그런데 요즘, 하늘에서 돈이 쏟아져 내렸다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됩니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대구에서 20대 남성이 횡단보도에 현금 800만원을 뿌리는 ‘돈벼락 사건’이 발생했고, 2016년 1월 수원에는 실수로 차 위에 돈다발을 올려놓고 차를 몰아, 지하차도에 600만원의 돈다발이 흩날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월에는 고층 아파트에서 카펫 밑에 돈을 깔아 둔 사실을 잊은 채 카펫을 털다가 등록금을 날리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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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대부분의 돈다발 사건은 양심적인 주민들 덕분에 상당량의 돈이 잘 회수되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뿌려진 돈이 100퍼센트 회수되기는 어렵습니다. 발견되지 못한 돈도 있을 테고, 돈을 줍고 그대로 가져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땅에 떨어진 돈처럼 잃어버린 남의 물건을 의도치 않게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물건을 습득하는 행위는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점유이탈 횡령죄란 유실물·표류물·매장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로, 형법 360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점유이탈물은 점유자(주인)가 의도하지 않게 잃어버리거나 했을 때 아직 누구도 가져가지 않는 물건을 말하는데요. 잘못 점유한 물건, 타인이 두고 간 물건, 잘못 배달된 우편물, 착오로 받은 돈이나 물건들이 모두 점유이탈물이 되기 때문에 주인이 없다고 해서 함부로 물건을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점유이탈 횡령죄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들이 있을까요? 판례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판례1.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

어느날 A씨의 통장에 들어온 3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억 9,000만원)! 이는 한 직원의 착오로 A씨 명의의 은행 계좌로 잘못 송금된 돈이었습니다. 착오로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한 A씨의 행위가 점유이탈횡령죄에 해당할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결했습니다.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송금 절차의 착오로 인하여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고( 대법원 1968. 7. 24. 선고 1966도170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3929 판결 등 참조), 이는 송금인과 피고인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10.12.9, 선고, 2010도891, 판결]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돈을 사용한 A씨는 횡령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그 죄 값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돈이 통장에 들어와 있다면, 그리고 그 돈을 봤다면 은행에 확인을 하기 바랍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가는 법적 공방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기본적으로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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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2. 승객이 놓고 내린 지하철의 전동차에 있던 물건을 가지고 간 경우

지하철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 그는 지하철의 전동차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발견하고 주인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주워서 가져갔습니다. B씨는 이후 총 4회에 걸쳐 유실물을 가져갔는데요, B씨의 행위는 과연 옳은 걸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결했습니다.

피고인이 4회에 걸쳐서 지하철의 전동차 바닥 또는 선반 위에 있는 핸드폰, 소형가방 등을 가지고 가서 절취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지하철의 승무원은 유실물법상 전동차의 관수자로서 승객이 잊고 내린 유실물을 교부받을 권능을 가질 뿐 전동차 안에 있는 승객의 물건을 점유한다고 할 수 없고, 그 유실물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그 사이에 피고인이 위와 같은 유실물을 발견하고 가져간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절도죄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고 판단한다.
[대법원 1999.11.26, 선고, 99도3963, 판결]

 

승객이 놓고 내린 지하철의 전동차 바닥이나 선반 위에 주인을 잃은 물건이 있을 때, 지하철 승무원은 그 물건을 유실물 센터 등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B씨의 행동을 ‘점유이탈물횡령’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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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이탈물횡령죄, 절도죄와 다른 점은?

여기서 잠깐! 두 번째 판례를 다시 한 번 살펴볼까요?

 

위와 같은 유실물을 발견하고 가져간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절도죄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고 판단한다.”

다시 말해, 점유이탈물횡령죄는 해당하지만 절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긴데요. 그렇다면 두 법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점유이탈물횡령은 우연하게 발견한 물건을 소유하게 된 것에 대한 죄이고, 절도는 자신의 의지로 물건을 습득한 죄를 말합니다. 그래서 처벌도 점유이탈물횡령죄보다 절도죄에 대한 형벌이 더 무겁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돈벼락 사건’들은 어떨까요? 길에 떨어진 돈을 줍는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입니다. 하지만, 600만원이 든 지갑을 자기 의지로 훔쳤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요. 훔치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따라 죄명도, 죄의 무게도 달라진답니다.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분실물이나 돈을 습득하여 주인에게 돌려주면, 유실물법에 의해 분실했던 물건이나 돈의 5~20%의 상당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양심 덕분에 두 다리 뻗고 편히 잘 수도 있지요. 자신을 속이는 행위는 곧 칼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잃어버린 물건은 꼭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멋진 분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글 = 제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강민지(고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