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란 무엇일까?
‘미필적 고의’라는 용어를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에게 실수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때 “결코 고의가 아니었어!” 라는 말을 하기도 하죠. 일부러 하는 행동이나 생각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하고자 마음 먹은 행위가 그대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고의라고 합니다. 따라서, 고의가 아니었다는 뜻은, 내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는 뜻이 되는거죠.
과거에 KBS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에 <미필적 고의>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웃음을 주었지요. 미필적 고의라는 말은 어려운 말 같기는 하지만, 개그 프로그램의 제목으로 어렵지 않게 등장할 정도로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KBS 개그콘서트 ‘미필적 고의’ 코너 >
그렇다면 ‘미필적’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집니다. 미필적이라는 말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확실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고의’란 단어와 ‘미필적’ 이란 두 단어를 합쳐 생각하면 ‘미필적 고의’란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인정한 고의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쉽게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 고의: 산불을 내려고 일부러 불을 피운 경우
◎ 미필적 고의: 불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추위를 이기기 위해선 불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불을 피운 결과 불이 난 경우
◎ 인식 있는 과실: 불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바람이 없으니까 불은 안 날 것이야’라고 생각함.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불이 붙은 경우
◎ 과실 : 설마~~ 불이 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불이 난 경우
위의 예에서 보면 고의와 과실의 중간에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둘 간의 구별이 매우 어렵습니다. 불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점에서는 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가 같고, 사고가 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인식 있는 과실과, 사고가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한 것이 미필적 고의라는 점에서 구별되지요.
사건의 고의성을 따지는 이유
그렇다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왜 고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일까요? 바로 우리 형법에서 고의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형법에서 정해놓은 성립요건을 충족해야만 사건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는 거죠. 그렇기에 고의성이 있었느냐가 중요하게 적용되며, 고의에 대한 어떤 심리 상태였느냐도 아주 중요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일상생활에서 미필적 고의를 한 기억은 없나요?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불구하고 교통신호를 무시하지는 않았나요? 친구가 마음 상할 것을 알면서도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않았나요?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삶 속에 배려를 실천하면서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삶의 지혜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글 = 제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제완(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