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십 원짜리에서부터, 많게는 만원, 오만 원짜리 까지! 주인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돈을 발견 한 경험은 누구든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잔돈에 불과하지만 가끔은 깜짝 놀랄 정도로 큰 금액을 줍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 어떻게 주인을 찾아줄 수 있을까요?
주인이 분실한 지갑이나 돈을 습득하였을 경우에는 가까운 경찰서에 가져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유실물법 제1조 1항에도 나와 있는데요. 돈이나 가방 같은 평범한 것 외에도 총 같은 소지금지 품목, 범행에 사용되었다고 인정되는 물건도 모두 경찰서에 제출해야 합니다.
제1조(습득물의 조치) ① 타인이 유실한 물건을 습득한 자는 이를 신속하게 유실자 또는 소유자, 그 밖에 물건회복의 청구권을 가진 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등 소속 경찰관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경찰단 사무소(이하 “자치경찰단”이라 한다)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법률에 따라 소유 또는 소지가 금지되거나 범행에 사용되었다고 인정되는 물건은 신속하게 경찰서 또는 자치경찰단에 제출하여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고 습득자가 무단으로 주운 돈이나 물건을 가져갔을 때에는 어떤 죄 값을 받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형법 제360조 1항에 의하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됩니다.
혹시나 ‘안 잡히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분실물을 찾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거리마다 늘어서 있는 CCTV와 각종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뒤져서 누가 물건이나 돈을 가져갔는지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괜히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져가서 불편하게 지내는 것 보다는, 경찰서에 맡기고 맘 편하게 지내는 게 백번 낫다는 걸 모르는 분은 없겠죠?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 유실물(遺失物), 표류물(漂流物) 또는 타인이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수표는 찾아줘도 보상을 못 받는다?!
2015년 말, 부산에서 1억 원 가량이 들어있는 돈 가방을 습득한 사람이 이를 경찰서에 제출하여 주인을 찾아준 일이 있었습니다. ‘물건가액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실물법 제4조에 따르자면 1억원이 든 가방을 습득하여 주인을 찾아 준 사람은 최소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방 주인이 보상액으로 제시한 액수는 7만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수표’때문이었습니다.
돈 가방 속에 들어있던 1억 원 중 현금은 70만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액수는 수표였는데요. 주인은 수표를 제외하고 현금 70만원의 10%에 해당하는 7만원을 보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1억 원을 찾아줬는데 딸랑 7만원만 보상해주다니! 가방을 찾아 준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다고 생각될 만합니다.
유실물법에서 이야기하는 보상금은 물건의 유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을지도 모르는 손해, 위험성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데 대한 보상입니다. 보상금을 정하는 물건가액은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그 유실물을 되찾음으로서 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위험성의 정도를 따져보고 결정하는데요. 현금으로 1억 원을 잃어버렸을 경우와, 수표로 1억 원을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잃어버린 사람이 겪게 될 위험성의 정도가 많이 다릅니다. 현금은 찾을 길이 막막하겠지만, 고액수표의 경우, 이를 분실하였을 때 발행은행에 분실 또는 도난신고를 하여 유통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고액수표의 경우는 유통될 확률이 더욱 적기 때문에 분실한 사람이 고액수표의 분실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적다고 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해, 만약 1억 원이 모두 현금이었다면 객관적인 위험성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5~20% 범위 안에서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유통성이 적은 수표에 대해서는 객관적 위험성이 적으므로 현금에 비해 현저히 적은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예금증서 6매(한 매당1억 원 상당)를 분실 후, 증서를 되찾아 준 사람이 예금증서 가액의 20%인 금액(1억2천만 원 상당)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최종 보상금액을 150만 원 상당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위 상가의 화장실 부근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사건 예금증서를 습득하고 이를 그대로 경찰관서에 습득물로 제출한 점, 위 예금증서의 액면금이 매우 고액인 점 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한다면 유실물인 이 사건 예금증서에 대한 보상금은 그 물건가액 합계인 30,084,078원(= 5,014,013원 × 6장)원의 10%인 3,008,407원으로 정함이 상당하고, 그렇다면 원고가 위 예금증서를 실제로 습득한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상금은 그 절반인 1,504,203원이 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07.02. 선고 2008가합21793 판결)
물론, 돈이나 물건을 찾아줄 때 ‘보상금’을 바라고 되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도리, 그리고 잃어버린 사람이 처할 안타까운 사정을 짐작하면서 물건을 찾아주는 사람이 훨씬 많지요. 따라서 돈이나 물건을 돌려받은 사람은 상대방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는 게 예의입니다. 그리고 돈이나 물건을 찾아준 사람에 대한 보상금은 그 고마운 마음에 대한 답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으로 제시한 보상금액이 있기는 하지만, 현금이 아니라서 보상금을 줄 수 없다고 딱 잘라버리는 것도 물건을 찾아준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보상금이 아니더라도,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시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물건을 습득한 사람, 물건을 되돌려 받은 사람 모두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진심은 통하리라 믿습니다.
글 = 제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제훈(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