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길을 가다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시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생각하고 외면하고 지나가지는 않나요? 그리고 혹시 정말 큰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지나갔다고 해서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지만 여러 외국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법”이라고 해서 실제로 이런 경우에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란?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까지 가던 한 유대인 여행객이 도중에 강도를 만나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쓰러져있는 여행객 앞에 세 사람이 지나갔는데 제사장, 레위인, 사마리아인 이었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유대인이었지만 그를 못 본 척 지나갔고, 사마리아인은 아픈 그를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대인은 사마리아인을 경멸하며 이단자로 몰았기 때문에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위험에 처한 낯선 유대인에게 친절을 베푼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 경멸하던 사마리아인 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진정한 이웃이 누구인가에 대해 예수님께서 설명하신 이야기에서 유래하였습니다.
- 자신에게 특별한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법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이와 유사한 법인 “유기죄”와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 등이 있습니다.
1) 프랑스(형법 제63조2항) :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조해 주어도 자기가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자의로 구조해 주지 않은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60프랑 이상 15,000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독일(형법 제330조C항) : 도움이 필수적이고 상당히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특히 현저한 단 하나의 위험도 없이 그리고 다른 더욱 중요한 의무를 위배하지 않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나 공공의 위험 또는 위기에 처해 있는 자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자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3) 기타국가 : 포르투칼, 스위스, 네델란드,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법을 채택하고 있음.
실제 1997년 영국에서는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도와주지 않고 사진만 찍은 파파라치가 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필요할까?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데 정말 위험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구조하지 않아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몇 년 전 집단폭행을 당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노인이나 영아, 환자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가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에 한해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유기치사죄를 적용하지만 구조거부죄나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2010년 1월, 서울역의 한 노숙자가 역사 밖에 방치된 채 죽음에 이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합실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노숙자를 역무원이 강제 퇴거조치하여 사망에 이른 것입니다. 검찰은 ‘서울역 직원이나 공익요원은 노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한국철도공사법 등에 직원의 부조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없다’며 역무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의 국내 도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과 비슷한 법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착한 사마리리아인의 법과 같이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정된 비슷한 법이 있습니다. 바로 유기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이 그것 입니다.
노유(老幼)·질병 기타 사유로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계약상의 의무 있는 자가 그들을 유기한 죄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실제로 응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가, 그 사람이 사망하게 될 경우 도움을 줬던 사람에게 죄를 묻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누구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기꺼이 돕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그러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로서 도움을 주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일반인에게는 책임에 대한 감면을 해주지만, 업무수행 중인 의료종사자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하여 책임을 면해주고 있습니다. 의료인의 응급조치와 윤리 등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을테니, 이 글에서 더 깊은 설명은 제외하도록 할게요.
남들에게 피해를 준 행동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처벌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일에 대해서까지 죄를 물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정말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그냥 외면해서, 그 사람의 생명이 위험해 진다면 이 또한 큰 문제겠지요? 정답은 없지만 사람이라면 계속 고민해봐야할 문제일겁니다.
글 = 제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변영민(중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