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개봉하여 현재까지도 극장가에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와 아버지 영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과 600만 명 이상의 흥행 기록을 거둔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역사적 시각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한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영화 ‘사도’속의 영조와 사도세자의 행위를 현재 법에 적용해서 해석해 볼까 합니다.
▲ 영화 ‘사도’ 포스터 ⓒ네이버 영화검색
역사적 사실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겠지만, 영조는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입니다. 물론 조선시대의 왕실이라는 특수한 곳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도록 내버려 뒀다는 사실만은 명확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조선이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왕이 세자를 죽였다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우리 형법은 과연 어떻게 심판하고 있을까요?
비속살인과 존속살인, 그 무게가 다르다?
영화 속에서의 영조는 조선의 왕이기에 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신분사회가 아닌 오늘날, 우리 형법상으로는 당연히 아들을 죽이면 살인죄가 성립합니다.형법 제 250조 제1항에 따라 사람을 살해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①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50조의 제1항과 제2항이 다른 이유는, 제2항에서는 존속살해에 대한 가중처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직계존속(直系尊屬)’은 부모나 조부모처럼 본인을 출산하도록 한 친족을 말하는데요. 다시 말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친족을 살해하는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을 살해한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형법에 ‘존속살해’를 가중 처벌하는 조항은 있지만‘비속살해’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직계비속(直系卑屬)’이란 직계존속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써, 본인으로부터 출산된 친족을 일컫습니다. 아들이나 딸이 이에 해당하겠죠? 즉, 현행 형법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은 일반 살인죄보다 중하게 다뤄지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는 것은 가중처벌이 없이 보통의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것이지요.
현행형법을 영조와 사조세자의 관계에 대입해보기
자, 이 상황을 영화‘사도’ 속 상황에 적용해 볼까요? 앞서 말했듯이, 계급장 떼고, 아버지와 아들로서의 관계에 현행 형법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역사적 사실처럼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인 행위는 우리 형법상 일반적인 살인죄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만약 사도세자가 원래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아버지를 살해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존속살해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가중처벌로 인해 더 큰 죄를 물어야 했을 겁니다. 똑같은 살인 행위인데, 이처럼 적용되는 법리가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아들을 뒤주에 가두었던 영조 ⓒ네이버 영화검색 ‘사도’
존속살인과 비속살인의 무게가 왜 다를까?
물론, 존속살해를 보통의 살인죄와는 다르게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학계의 논의 역시 있었는데요. 현재까지, 우리 재판부는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3년에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250조 제2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살인죄보다 존속살해죄를 가중 처벌하는 것은 행위자인 비속의 패륜성에 비추어 고도의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인정되기 때문”이었는데요.
아들이 아버지나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은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 사상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넘어 선 ‘패륜’이며, 고도의 사회적 비난을 받을만 한 일이고 1995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종래의‘사형 또는 무기징역’에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되어 기존에 제기되었던 양형에 있어서의 구체적 불균형의 문제도 해소된 상태라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자의적 입법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속살해 가중처벌은 없고, 존속살해죄에 대한 가중처벌은 계속 있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의 경우에는 비속살인의 경우에도 존속살인처럼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상이 어찌되었든, 친족 간에 벌어진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더 큰 책임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이겠죠? 친족살인을 두고 나라마다 엇갈리는 다른 처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글 = 제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남장현(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