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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중 술 한잔, 불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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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인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월1회 등산인구가 무려 1,5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산을 오르면 스트레스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단련까지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요. 간혹 등산길에 매너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에서의 취사 행위 금지, 금연 등은 이제 당연히 지켜야 할 매너라고 생각하는 반면, 산에 오르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음주산행! 정말 괜찮은 걸까요?

 

등산 중에 술 한 잔! 불법일까요?

현재 『자연공원법』에서는 자연공원의 형상을 해치거나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경우, 나무를 죽게 하는 경우, 야생동물을 잡는 경우, 오물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 등 자연을 훼손하는 몇 가지 경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지행위 안에 등산 중에 음주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음주 중 산행이 불법행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 자연공원법 제27조(금지행위)① 누구든지 자연공원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자연공원의 형상을 해치거나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행위
2.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행위
3. 야생동물을 잡기 위하여 화약류·덫·올무 또는 함정을 설치하거나 유독물·농약을 뿌리는 행위
4. 제23조제1항제6호에 따른 야생동물의 포획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총 또는 석궁을 휴대하거나 그물을 설치하는 행위
5.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상행위
6.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야영행위
7.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주차행위
8.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취사행위
9. 오물이나 폐기물을 함부로 버리거나 심한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
10. 그 밖에 일반인의 자연공원 이용이나 자연공원의 보전에 현저하게 지장을 주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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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산행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 산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정말 위험합니다. 사람에 따라 주량은 다르지만, 적정량 이상의 술을 마시게 되면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산에서의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3년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악사고로 1686명의 사상자가 생겼으며, 그 중 음주로 인한 사고가30%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있었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2014년)

 

특히 산 정상에서 마신 술은 하산할 때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으며, 산을 다 내려온 뒤에 음주운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체 등산객들이 기분에 취해 한 잔 두 잔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 새 술판이 벌어져 소란스러워 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이런 행동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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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712(2013913일 발행)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이슈와 논점> 712호에는 국외 자연공원의 음주 및 주류반입 금지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미국 쉐난도 국립공원의 경우 국립공원 내 모든 지역과 건물 내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고,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모든 공공건물, 주차장, 해수욕장, 해안주변 400m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영국에서는 지정된 음주통제지역에서는 음주를 금지하고 있고, 음주통제지역이 아니더라도 경찰이 음주 중단을 요구할 경우에는 그에 응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직 산이나 공원 내에서의 음주를 제재할만한 법이 없는 것이 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법이 없다고 해서 악용하는 게 아닌, 스스로를 제어하고 절제하여 정도를 지키는 것이 바로 선진시민의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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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사무소에서 등산객이 많아지는 봄철, 가을철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내 흡연 및 음주행위로 인한 자연훼손과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거나 산림청을 비롯한 공공단체들에서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해서 억지로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산에서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다른 등산객에게 민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제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신정열(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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