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학생인데요? 미성년자 아닌데요?
몆주 전, 봄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해외여행을 간다니, 아버지께서 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사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대학생도 됐으니 담배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 저는, 아버지의 부탁대로 담배를 사기 위해 면세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성년자는 면세점에서 담배를 구입할 수 없다는 직원의 제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해 대학생이 된 떳떳한 스무 살! 바로 전날까지도 친구들과 함께 합법적으로 술을 마신 바 있는 저로써는 아직 제가 미성년자라고 주장하시는 직원분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대학교 학생증도 보여주고, 아버지와 전화연결을 제의해 보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끝내 저는 담배를 구입할 수가 없었답니다. 과연 저는 왜! 면세점에서 담배를 살 수 없었던 것일까요?!
법에 따라 미성년자일수도, 성인일수도 있는 스무 살(만19세)
그 이유는 바로 면세점에서 적용해야할 법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나이인 ‘19세 미만인 사람’에 제가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제48조(관세가 면제되는 휴대품 등) 4. 물품의 성질·수량·가격·용도 등으로 보아 여행자의 휴대품 또는 별송품인 것으로 인정되는 물품일 것
③ (전략) 19세 미만인 사람이 반입하는 술·담배는 관세를 면제하지 아니한다. (후락)
『관세법 시행규칙』 제48조 4항 3호에 따르면, 19세 미만인 사람이 반입하는 술과 담배는 관세가 면세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법령에서의 나이 규정은 단서 조항이 없는 한 만 나이이기 때문에 『관세법 시행규칙』에서의 “19세 미만”은 “만 19세 미만”을 말합니다. 즉,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만19세가 되지 않은 대학교 1학년인 저는 면세점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 19세라는 것은 스무 살이 된 해에 자신의 생일이 지나야 하는 것인데, 대학 새내기들은 생일이 지나건 지나지 않건 술집은 출입하고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일까요? 전국 모든 대학학년생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차이점은 바로, 청소년보호법에서의 성년 기준이 다른 법에서와는 조금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제2조(정의) 1.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나 약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청소년보호법』에서도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청소년의 기준을 “만 19세 미만인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서조항에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된다고 되어 있지요. 다시 말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를 넘긴 학생들은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술/담배를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앞서 살펴본 『관세법 시행규칙』에는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라는 예외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미성년자로 분류되어 술과 담배를 살 수 없고, 면세점 밖에서는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하여, 더이상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스무 살! 재미있지 않나요?
만19세,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볼 수 있을까?
성인이 된 게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당당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갓 20살이 된 학생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보는 것은 법적으로 괜찮은 걸까요?
답을 먼저 말씀 드리자면, “2월까지는 불가능하다”입니다. 영화를 볼 때 성년의 기준은 『청소년보호법』이 아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나이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인데요.
제2조(정의) 18. “청소년”이라 함은 18세 미만의 자(「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련된 법률』에서의 청소년 규정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을 포함한다’라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성년 연령을 넘었더라도 고등학교 졸업을 하기 전(통상적으로 2월)까지는 현행법에 따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보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지요.
갓 성인이 된 나이, 스무 살! 그러나 이상하게도 술은 마실 수 있는데 영화는 보지 못하고, 편의점에서는 담배를 살 수 있지만 면세점에서 사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 미성년자도 되고, 성인도 되는 신기한 경험은 갓 스무살인 사람밖에는 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법에서 규정하는 청소년의 나이를 통일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법이 정비되기 전 까지는 지킬 건 지켜가면서 사회 생활을 즐기는 멋진 스무살 청춘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글 = 제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남장현(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