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감독의 영화 ‘빅히어로’는 공학도 형인 테디가 간호 로봇 ‘베이맥스’를 남기고 죽음에 처하자, 동생 ‘히로’가 베이맥스를 전투와 비행이 가능한 로봇으로 개조하여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로봇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과감히 깨고 바람을 넣고 빼는 풍선 로봇이라는 설정으로 아이들의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중반부에선 개조된 베이맥스를 타고 히로가 시험 비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도심 위를 위험천만하게 비행하는 베이맥스와 히로,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는데요. 히로가 우리나라 어린이이고, 그 상황이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면 히로는 어떤 법을 위반한 것일까요?
1. 베이맥스의 개조,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락이 있어야 해요.
히로는 자신의 개인 작업실의 부품을 이용하여 치료로봇 ‘베이맥스’를 비행과 전투가 가능하도록 개조하였는데요. 이것은 우리나라의 항공법 제20조의2(부품등제작자증명)을 위반한 행동입니다.
법에 의하면 “항공기 등에 사용할 장비품 또는 부품을 제작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술 기준에 적합하게 장비품 또는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인력, 설비, 기술 및 검사체계 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의 증명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히로가 우리나라에서 치료로봇 베이맥스를 전투비행로봇으로 개조한 것은 한마디로 ‘불법개조’가 되어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죠.
2. 13살 히로는 비행시험을 할 수 없어요!
항공법 제 25조 2항을 보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나이에 대해 제시하고 있어요. 자가용 조종사 및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의 경우는 17세 미만, 자가용 활공기 조종사 자격의 경우에는 16세 미만인 사람은 자격 증명을 받을 수 없답니다. 사업용 조종사, 부조종사, 항공사, 항공기관사 등은 18세 미만, 운송용 조종사 및 운항관리사 자격의 경우 21세 미만인 사람은 자격이 안 된다고 하네요. 히로는 13살이었으니, 자격 미달인데도 법을 어기고 시험 운행을 한 게 됩니다.
3. 베이맥스의 시험운행, 감독자와 함께 해야해요
히로가 13살이 아니라 성인이라고 가정해 볼까요? 그래도 베이맥스를 시험운행 하려면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합니다(제35조). 그리고 시험운행을 하기 전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항공법 제25조 1항에는 “항공 업무에 종사하려는 사람 또는 경량항공기를 사용하여 비행하려는 사람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항공종사자 자격증명(이하 “자격증명”이라 한다)을 받아야 한다. 다만, 항공업무 중 무인항공기의 운항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4. 마당에서 이륙하거나 도심 다리 위 교각에 착륙할 수 없어요.
히로는 시험비행 당시 친구 프레드의 집 마당에서 이륙하여 도심 다리의 교각 위에 착륙하는데요. 항공법에 따르면 이륙과 착륙도 정해진 곳에서 해야만 합니다. 항공법 제53조 1항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비행장이 아닌 곳에서는 이륙이나 착륙을 할 수 없으며, 안전과 관련된 비상의 경우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이밖에도 히로가 도심 위에서 스칠 듯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것도 법에 위반되는 일입니다. 옆으로 세우고 회전하는 등 곡예비행도 마찬가지죠. 인구밀집지역인 도심위에서 비행기가 추락할 경우, 허가받지 않은 조종사가 비행을 할 경우, 허가받지 않은 부품으로 개조한 비행기가 공중에서 고장이 날 경우 엄청난 대형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위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항공법 조항들이 존재하는데요, 현실에 빗대어 보면, 영화 ‘빅히어로’의 상황은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 그저 즐기면 되겠지만 만약 이게 현실이라면 히로와 베이맥스가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알게 된 항공법을 생각하며 ‘빅히어로’를 다시 한 번 보면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까요?
글 = 조영빈 기자(고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