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입니다~
아ㄹ에 씌어있는 문구의 빈칸에는 어떤 말이 들어가면 좋을까요?
‘자기소개서를 기가 막히게 잘 쓰면’
‘인터뷰 때 면접관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면’
……
네, 네. 그런데 이런 답안은 어떨까요?
‘굿을 하면’?? !!
굿을 하면 정말 취직이 될 수 있을까요?
‘에이, 장난 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반응이 대부분일 거예요.
그렇지만 이 말을 철썩같이 믿고 거금을 들여 굿을 하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취업준비생 A양.
A양은 잇따라 취업에 실패하는 등 개인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때마다 점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두 곳의 입사 시험을 앞두고 계속 불안한 마음이 생기자 그녀는 또다시 무속인을 찾았습니다.
“쯧쯧… 기운이 영 좋지 않아. 취직을 하려면 굿을 해야 돼.”
이에 무직이었던 A 씨는 큰마음을 먹고 570만 원짜리 굿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불.합.격.
화가 난 A 씨는 자신을 속였다며 무속인을 고소했어요.
이 경우 무속인에게 사기죄가 성립하는 걸까요?
§형법 제347조(사기) ①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 남을 속이는 ‘기망(欺罔)’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해요.
그렇다면 취직을 위해 굿을 하도록 한 무속인의 행위를 ‘기망행위’로 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반드시 어떤 목적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의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시행자(무당 등)가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무속행위를 하고 또한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의사로 이를 한 이상, 비록 그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시행자인 무당이 굿 등의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서울동부지법 2008. 5. 22. 선고 2007가합7018 판결).”
즉, 굿을 한 뒤 취직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무속인의 행위는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요청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속인이 굿을 한 뒤 적정한 가격을 지불받았다면 일반적으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속행위는 언제나 죄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무속인이 일반적인 시세보다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지불받거나
굿값의 명목으로 돈을 받고도 이를 일부 다른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한다면
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2고단2538).
법원은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취업준비생 A양은 굿값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굿판이 벌어지는 순간만큼은 마음에 위안이 되었겠지만,
원했던 결과는 얻지 못했고 사기죄 역시 성립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앞으로 A양은 더 이상 무속행위 그 자체에
모든 것을 의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뼈저린 후회가 되겠지만,
이를 통해 현실적인 분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것은
A양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거름이 되겠지요?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체험 못지않게
눈앞의 구체적인 현실을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기억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