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의 재산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을 해서 하나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남편과 아내 각자의 재산은 이제 부부의 공동소유가 되게 되는 것일까요? 혼인을 하게 되면 부부 당사자 각자의 재산이 합쳐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부부관계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경제생활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간의 재산관계도 명백하게 규율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민법의 입장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법무부 기자단과 함께 혼인의 재산적 효과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혼인을 할 때 부부가 재산에 대하여 따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정재산제에 따르게 됩니다. 법정재산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현행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민법 제830조 1항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사실 부부 각자의 재산이 독립적으로 보장 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과거 구(舊)민법 체제 아래에서는 부부별산제가 아닌 ‘관리공동제’를 택하였습니다. 관리공동제는 부부 각자의 재산을 인정하면서도, 남편이 처의 재산에 대하여 점유권, 관리권, 수익권 및 경우에 따라서는 처분권까지도 가지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남편에 의한 처에 대한 착취가 가능한 제도로 가부장적이면서 불합리한 성격이 많다는 비판이 많아 오늘날의 부부별산제가 이를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2. 부부별산제란 무엇일까?
이제 부부별산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위에 민법 제830조 1항에도 나와 있듯이, 부부별산제에서는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사람에게만 속한 재산으로 봅니다. 따라서 부부의 재산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재산의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단순히 명의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기 노력의 대가로 얻은 자기의 것이라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부부 중 한 명의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부부가 공동으로 획득한 재산은 사실상 공동재산이 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집이 남편의 이름으로 등기되어 있어도 부부가 결혼 후 힘을 모아 구입한 집이라면 두 사람의 공동재산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법 제830조 2항에 나온 것처럼 부부 누구의 명의로도 되어 있지 않아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추정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부 각자의 재산을 따로 관리하게 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와 같은 부부별산제는 부부 각자의 재산을 인정해 줌으로써 이혼할 때 각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또 배우자의 동의 없이 사치를 부리거나 돈을 빌려서 가정생활 전체가 위협받는 것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부부생활 공동의 경제 영역, 일상가사대리권!
지금까지 살펴본 부부별산제는 부부 경제생활에 있어 부부 각자의 독자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부의 재산이 별개라면 평상시에 일상생활을 할 때 일일이 합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부가 공동으로 생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비용이나 미성숙자녀의 양육비 같은 경우에는 누구 하나가 부담해야 한다고 경계를 긋기 쉽지 않습니다. 민법 제833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필수적인 부부공동생활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용은 부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에 연장선상에서, 민법은 제827조 1항은 부부와 그 자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의식주와 관련된 행위를 부부가 서로 대리 할 수 있다는 “일상가사대리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부가 일상가사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 안에는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의 구입, 가옥의 월세 지급, 자녀의 양육비 등이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지나친 고가의 의류나 장식품의 구입, 큰 빚을 얻는 일, 부동산의 매각 행위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겠습니다.
4.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혼인을 한 부부 사이에는 독자적인 요소와 공동체적 요소가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시간에 살펴본 “부부별산제”와 “일상가사대리권”의 개념을 잘 숙지하고 있다면 경제적으로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 제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장재훈(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