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불안, 편집증, 대인 예민증, 수면장애 뿐만이 아닌 교통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도 위험하지만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또한 위험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보며 도로를 건너다 미처 차가 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는 지난 5년간 2.5배나 늘었다고 하니,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나와 상대방 간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인데요, 과실 정도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는(혹은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금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vs 자동차 사고는 논외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자동차 vs 보행자 사고의 경우에 대해 알아볼까 하는데요. 우선, 손해보험협회에서 얘기하는 정형화된 과실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행자 횡단 사고 시, 보행자 책임 100%인 판례
보통 교통사고는 차량 과실에 더 무게를 두며, 빨간불에 길을 건넌 보행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에도 운전자에게 2, 30%의 과실은 인정되는 게 통상 이였는데요. 최근 빨간불에 전화통화를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사고를 당한 후, 보행자에게 책임 100%를 지우는 이례적인 판례가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2015나9362)판결)
<사건내용>
① B씨는 서울 중구 편도 3차로 중에서 1차로를 자신의 승합차를 운전해서 가고 있었다. 반대 차선은 교통 체증으로 인해 차들이 정체된 상태였으며, B씨의 운행 방향 차선은 소통이 원활하여 평균 속도를 냈다. ② B씨는 전방에 있던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차량 운행 신호여서 그대로 지나가려 했는데 반대 차선의 정체되어 있던 차량들 뒤쪽으로 A씨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 나왔다. A씨는 차들이 빠른 속도로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③ B씨 역시도 A씨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 받았다. A씨는 넘어지면서 크게 다쳐 8개월간 치료를 받게 되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으로 4천 3백여만 원을 부담하고 A씨가 본인 부담금으로 920여 만 원을 냈다. ④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운전자 B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냈다고 하며 A씨의 치료비를 배상하라 소송을 냈다. ⑤ 1심에서는 이 사고에서 차량의 운전자 배상(B씨)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보행자(A씨) 과실을 인정하였다. 2심 역시도 이러한 판단이 옳다고 하며 공단 항소를 기각했다. |
결과적으로 통화를 하며 횡단보도로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 A씨가 피해자이고 그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운전자 B씨가 가해자이긴 하지만, 보행자 역시 보행자가 가지는 의무가 있는데 A씨는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각에서는 민사라는 것은 어떤 손해가 났을 때 또는 피해가 생겼을 때 공평한 분배를 하기 위한 건데 횡단보도에서 전적으로 보행자가 책임져야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처벌의 대상인데 반해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부족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된 판결이 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벌금을 물리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 중,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보행 중 문자메세지를 보내려면 가던 길을 멈춰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85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이동통신사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앞장서고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금지화면이 뜨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청소년에게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과 외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보행자 역시 보행 중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는 인식이 바로 잡히면 좋겠습니다.
글 = 제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문보배(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