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등을 통해 주변에서 ‘구속집행정지’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속집행정지는 관할 법원이 피의자에게 구속집행을 정지할 정도의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피의자의 구속 집행을 정지한다는 의미입니다.
구속된 사람의 구속집행을 정지한다고 하니 뭔가 그럴만한 사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구속집행정지는 주로 어떤 경우에 이뤄지는지, 왜 필요한지를 아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례1)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당시 법정구속된 A씨는 신종플루 의심 증세를 보였고, 이에 신종인플루엔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확진판정을 받고 구속집행정지로 출소조치함. 사례2) B씨는 구치소에 수용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담당 의무관과 상담하던 도중에 갑작스런 호흡곤란을 호소하였고, 이에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면서 즉시 관할 법원 및 검찰에 구속집행정지를 건의하여 법원에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음.
사례3) 교도소에 수감 중인 C씨는 부친상을 당하자 상주로서의 도리를 다할 수 있게 하고자 법원에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함. |
위의 사례는 실제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사람의 사례를 재구성한 것인데요. A씨의 경우는 교정시설 내에 있는 다른 수용자의 전염을 방지하고자 이루어진 조치였고, B씨의 경우 비록 교정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등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속집행정지 후 치료를 받고 그 후에 남은 처벌을 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 사례입니다. 마지막으로 C씨는 부모의 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구속집행을 정지한 것인데요.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할 수 있게 하여 법의 온정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법에 근거하여 구속 집행이 정지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구속집행정지는 『형사소송법 제101조』에서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101조(구속의 집행정지)①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결정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보호단체 기타 적당한 자에게 부탁하거나 피고인의 주거를 제한하여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결정을 함에는 검사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단,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④헌법 제44조에 의하여 구속된 국회의원에 대한 석방요구가 있으면 당연히 구속영장의 집행이 정지된다.
⑤전항의 석방요구의 통고를 받은 검찰총장은 즉시 석방을 지휘하고 그 사유를 수소법원에 통지하여야 한다.
[위헌, 2011헌가36, 2012.6.27. 형사소송법(1973.1.25. 법률 제2450호로 개정된 것) 제101조 제3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위에서 인용한 법조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1항을 살펴보면,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 등의 적당한 사람이나 주거를 제한하여 구속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요. 앞에서 제시한 사례2 B씨의 경우처럼 몸이 좋지 않아 구속된 상태로 있기 어려운 사람의 경우, 거주지를 법원이 지정한 병원에 한해 거주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구속의 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치료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형사소송법』 제101조에는 특이사항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2012년에 헌법재판소에서 『형사소송법』 제101조 중 ‘제3항’이 위헌판결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형사소송법』 제101조 자체는 존속하지만, 『형사소송법』 제101조 중에서 제3항을 수정해야 합니다.
위헌판결이 내려진 제3항은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인데요. 검사의 즉시항고가 있을 경우 재판의 집행이 정지되므로 즉시항고 제기기간인 3일간 및 즉시항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구속집행정지가 이루어지지 못합니다(형사소송법 제405조 및 제401조 참조). 이에 헌법재판소에서는 검사가 즉시항고를 행할 수 있는 것을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이를 위헌 판결하였습니다. 그래서 2015년 7월 25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법안이 통과되면서 즉시항고 부분이 삭제되었다는 것도 참고로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제12조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분명히 법적으로 잘못을 저질러 구속된 사람은 마땅히 자신에게 주어진 처벌을 달게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구속된 사람의 심신이 형의 집행을 통해 구속된 상태에서 교정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약해졌거나, 전염병에 걸려 교도관 및 다른 수용자에게 전염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직계가족이 상을 당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하는 경우에 시행하는 구속집행정지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비록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구속집행정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속집행정지가 불필요하게 악용되어 일종의 특혜로 이용되는 사례는 막고,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구속집행정지를 한다면, 법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법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글 = 제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인배(대학부)